깜짝 선물은 실패할 확률 높아… 실생활에 도움되는 게 좋아

선물이 중복되는 걸 두려워말고 전에 받은 선물 다시 줘도 무방

한 해가 저물고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있다. 고마웠던 분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과학자들은 지나친 생각이 사람들을 선물의 오류에 빠뜨린다고 말한다. 선물이란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고민이란 것. 최고의 선물을 고르는 지름길은 무엇일까.

◇상대를 먼저 생각하라

미국 카네기 멜런대의 제프 갈락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심리과학의 현대 경향'에 선물 선택과 관련한 다양한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가 보기에 선물의 오류는 대부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생각이 다른 데서 비롯됐다.

즉 주는 사람은 상대가 선물 포장을 푸는 순간 눈이 커지면서 깜작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만, 정작 받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선물을 어떻게 쓸지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유리 구 안에 하얀 눈이 내리는 스노 글로브는 예쁘고 깜찍한 선물이지만 어머니는 그보다는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믹서나 진공청소기를 더 바란다는 뜻이다.

깜짝 선물도 안 된다고 하고, 그렇다고 상대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른다면 기프트 카드가 대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카드의 용도가 지나치게 제한되면 역효과가 난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매리 스티펠 교수는 작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용처가 지나치게 제한된 기프트 카드는 선물로 받아도 잘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영화 티켓만 살 수 있는 기프트 카드를 선물하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영화 다운로드도 가능한 카드처럼 상대에게 재량권을 주는 게 낫다"고 밝혔다.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을 고르려고 고민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 2014년 '소비자 연구 저널'에 여러 물건을 두고 선물을 고르라고 하면 좋은 물건을 여러 명에게 동시에 주기보다 각자에게 다른 선물을 골라 주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진은 "객관적으로 좋은 상품은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라며 "선물이 중복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전에 받은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선물로 줘도 무방하다. 영국 런던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공동 연구진은 2012년 연구에서 자신이 받은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주면 원래 선물을 준 사람이 기분 나빠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괜찮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지나친 고민은 역효과

선물을 고르는 데 들인 시간만큼 상대가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도 착각이다. 2012년 시카고대 니컬러스 에플리 교수는 과학산업박물관 관람객을 두 사람씩 짝을 짓고 선물코너에서 상대방을 위한 선물을 고르라고 했다. 원래 아는 사람끼리 짝이 되기도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만나기도 했다. 상대가 심사숙고를 했든 무작위로 골랐든 선물을 받는 사람들의 반응은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만약 선물이 초라해 보인다면 선물을 고르는 데 얼마나 애를 썼는지 보여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를 테면 조악한 기념품이라도 '이걸 보니 삼촌이 떠올랐어요'라고 쓴 카드를 동봉하면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선물이 허전해 보인다고 작은 선물을 추가하는 것도 그리 좋지 않다. 미국 미시간대 킴벌리 위버 교수는 2011년 '소비자 연구 저널'에 선물을 주는 사람은 여러 선물의 가치를 합쳐 생각하지만 받는 사람은 평균치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즉 고가의 선물에 싼 선물 하나를 더 추가하면 받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고가 상품의 가치가 싼 선물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명품(名品) 선물이면 다 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에 속해야 안심이 되는 특유의 문화 때문에 개인의 기호와 상관없이 똑같은 명품을 선호하는 의식이 생긴 듯하다"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선물을 해야 상대가 감동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