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랑을 받기도 하고 주고도 싶은데, 그럴 대상이 없을때의 허전함을 아시나요?
어머니가 보고픈대, 어머니가 안 계실때의 심정을 아시나요?
배가 고픈대, 먹을것이 없을때의 참혹함을 아시나요?
자고픈대, 보금자리가 없을때의 초라함을 아시나요?
오지 않을 전화를 애닳게 기다리며, 두리번 거리는 그리움을 아시나요? 걷고 싶은대, 다리를 잃었을때의 비참함을 아시나요?
이른 아침 오라는 곳으로.. 가야할 일터로, 종종 걸음하는 이들을, 창문너머로 바라보아야 하는 애절함을 아시나요?
잘 차려진 밥상에 공손히 꿀어 앉아, 굶고 있을 이들을 생각하며 감사함과 죄송함으로 모래알 씹듯하는 죄(?)많은 목자의 심정을 아시나요?
결혼후에, 아이를 못 가지는 부부의 마음을 아시나요?
설교를 하고픈대, 양들이 없을때의 절망감을 아시나요?
건강하고 싶은대, 날마다 아픈 심정을 헤아리시나요?
가지고 싶은데 버려야 하고 붙들고 싶은대, 놓아야 하는 상실감을 아시나요?
10년만에 얻은 아이가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무너지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수 있는가요?
남은 것이라고는 단돈 만원뿐인것을 도둑에게 빼앗기고
부엌에 주저앉은, 모정의 애끓는 마음을 아시나요?
감기 몸살로 온 몸이 불인데, 연탄 보일러 망가져
오히려 체온으로 방을 더웁게 해야 하는,
해석 안되는 현실을 상상하실수 있나요?
영문도 모른채 내일 아침이면, 다른 부모앞에 마주해야 하는
비통한 아이들의 절규를 아시나요?
이제는 잘 하고 싶은데, 너무 늦은 후회에 동동 구르는 발자욱 소리를 들으시나요?
부모님이 사무쳐, 어른이 스치면 차라리 눈감아 버리는
아이들의 심정을 생각해 보셨는가요?
'너희 집은 어디냐?'고 친구들이 물을때
우리집은 저기 보이는 아파트쪽이라고 둘러대는
아이들의 상처난 마음을 헤아릴수 있나요?
잘 하고 싶은데, 번번히 거절 당하는 열등감을 아시나요?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늘 홀로이어야 하는 고독의 무게를 아시나요?
가진 돈이 없어, 직장동료 들에게는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둘러대고는 십여리 길을 걸어 다니는, 다 큰 청년의 마음을 아시나요?
끼니때 마다, 속이 안좋아 물을 마신다고 핑계대는
궁핍한 애비의 마음을 아시나요?
왜 맞는지도 모른채로, 후려치임을 당하며 구박 덩어리된
아이들의 신음소리를 들으시나요?
'엄마는 어릴적부터 생선이나 고기를 먹으면 알러지가 생긴다고' 아이들에게 둘러대고는, 남은 생선가시 주방에 홀로 남아 발라먹는 엄마의 숯덩이된 인생을 아시나요?
따뜻한 집을 상상하면서도 불공평하다, 불평없이 서로의 체온으로 냉기를 높이며 새벽을 기다리는, 추운 가족들의 푸근한 마음을 아시나요?
병든 자식 바라보며 '내탓이라고' 가슴 쓸어내리며
죄인으로 서있는, 부모의 심정을 아시나요?
오늘은 어떤 메뉴를 먹을까 걱정하며, 덜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곁에서 마른 빵조각 하나 없어, 아이들에게 물을 들이키게 하고는 나무 뒤에서 눈물 훔치는, 부모의 헤어진 심장을 아시나요?
아이들은 빚을 내어 따듯하다 못해, 뜨거운 잠바에 목도리 둘러 주고는 가을 옷 주섬 주섬 챙겨 꺼내 입고 벌벌 떨고 있는
에미의 하해같은 마음을 아시나요?
날이 밝으면 떠나야 하고, 헤어져야 하고, 그만 두어야 하는
어떤 이의 뼈아픈 사연을 아시나요?
성탄절이 오면 더 쓸쓸하고, 외로워야 하는 달동네의 마음의 온도를 아시나요?
가난이 죄가 되어, 덤벼드는 아이들에게
온 몸으로 용서를 구하는, 부모의 마음을 아시나요?
김치가 몸에 좋다며 김치의 애찬론을 외치며, 끼니때 마다 김치상을 차려 눈물로 적시는 궁색한 에미의 젖은 마음을 보셨나요?
금이야 옥이야 가슴으로 키워,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기막혀 하루가 천년인, 부모의 마음을 아시나요?
기막힌 전화 한통에 가슴떨려 돌아오니 더 큰 떨림의 소식.. 기다림에, 멍해진 사람의 마음이 뭔지 아시나요?
'이번에는 잘될거라' '너는 잘 할수 있다'용기 주시며,
피로 격려하는, 어머니의 사랑의 온도를 아시나요?
'다 나때문이다' 때늦은 후회하며, 천년을 하루같이 뛰어다니는 탕자된 자식의 미안함을 아시나요?
평생을 불효하며 보내온 세월, 이제는 가다려 주지 않고 황급히 달려 가시는 병들고 가난한 노부모의 주름과 굽어진 허리를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철없는 아들의 찢어지고, 조급한 마음을 아시나요?
모든 것이 풍족하고 건강할때에는 부모님을 잊고 살더니만
이제는 모든것을 다 잃고 난후 빈손 되어서야 부모님께 불효한 세월들이 사무쳐, 동동 발만 구르는 어리석은 자식의 심정을 아시나요?
그렇게 교만하고, 무지하고, 철없던 세월에 무쳐 주님 속 끓이다, 뒤늦은 탕자의 마음으로 깨닫고 돌아오니 그 시절 흘린 눈물 닦느라, 아무것도 할수 없는 절박하고 애닳른 청지기의 심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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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예수 믿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주님이 아시니, 다행입니다.
이런 싯귀가, 애절하게 스쳐 갑니다.
"크나큰 고통에서 큰 의지가 나오고 큰 의지에서 큰 깨달음과 큰 사랑이 나온다 주먹만한 실패뒤엔 주먹만한 성취가 있고
산덩이 같은 무너짐을 품으면 산덩이만한 성취가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