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소개된 것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의 옆집에는 한 쪽 팔이 없는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녀가 학교에 가는 시간이면, 그 아이는 언제나 옥상에 올라가 소녀의 집 앞마당을 내려다보거나, 등교길에 재잘대는 아이들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말이라도 걸라치면 , 그 앤 금방 모습을 감췄습니다.
어느 날 옥상 위의 아이를 발견한 소녀가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저 앤 팔이 없대요. 그래서 학교도 못 다니고 집에만 있는 거래요.” “저런, 딱하구나.” 그 날 저녁이었습니다. 아빠가 갑자기 창고에 버려 둔 낡은 책상을 들어 내 부러진 다리를 붙이고, 마당 한가운데에 전깃줄을 연결해 전등까지 켜는 것이었습니다. “자, 오늘부터 여기서 공부하자. 이제 아빠가 우리 공주님 과외선생님이다.” 소녀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아빠가 만든 뜨락 교실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자, 오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큰소리로 읽어 보거라.”
그 날부터 소녀는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한 시간씩 교과서를 읽고 동화책도 읽었습니다. 아빠가 그 별난 야간수업을 그만 둔 건, 옆집 아이가 이사를 가던 날이었습니다. 퇴근길에 이삿짐 트럭을 본 아빠가 물었습니다. “옆집 아이 이사 가니?” “네” “그래. 다른 데 가서도 공부를 계속 하면 좋을 텐데....” 소녀는 아빠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옆집 아이의 이사에 왜 그리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지 궁금했지만, 아빠는 끝내 말을 아끼셨습니다. 소녀가 아빠의 그 깊은 뜻을 알게 된 건, 세월이 한참 흐른 뒤였습니다.
어느 날 소포 하나가 집으로 배달됐습니다. 알 수 없는 이름, 알 수 없는 주소, 아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포를 뜯었습니다. 그 속에는 동화책 한 권과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20년 전 옆집에 살았던 외팔이 소녀를 기억하시는지요? 그 때 따님에게 읽어 주시던 동화가 얼마나 재미있던지, 날마다 옥상에서 도둑수업을 받았답니다.” 그 도둑수업으로 희망을 얻어, 이사 후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까지 마친 뒤, 얼마 전 동화작가가 되었다는 외팔이 소녀의 편지였습니다. 아빠는 그 날 밤 배달된 한 권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밤을 지새우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모닝커피를